8월의 산책
海月 정선규
8월의 하늘은 도깨비 방망이를 가졌는지
온 종일 장대비를 앞세워 정신없이 온 대지를
두드리는데 얼마나 무성한지 쉼 없이 떨어지는
물 폭탄을 바라보다 어느 이름 없는 무사를 만났는데
그는 칼을 높이 번쩍 빼어 들고 말을 타고 다다다
돌진해오는 적을 향해 비 사이에서 타타타 발이 빗물에
빠질 틈새 없이 달려가 맞서 싸우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무성한 빗속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콩 볶는 소리에 깊이 취하는
마음의 영토를 찾아 먼 장래 꼭 펴야 할 무렵에 필수 있는
소망의 꽃씨를 마당 깊은 가슴에 심호흡으로 가만히 맡긴 채 곧 접붙일
줄기를 찾아 타오르는 불꽃 같은 빗방울을 올려놓은 채 상념에 물들다
불현듯 쭈뼛 솟아나는 마음에 활짝 펼쳐지는 영상 하나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맺혀
촘촘하게 점점 넓어만 가더니 마음의 끝으로 서서히 좁혀오는 다양한 마음의
광채를 발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