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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삶의 질량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049 등록일: 2010-09-27
삶의 질량 海 月 정선규

어느 날
온몸 스쳐 지나는 바람이
초콜릿 없는 빈 상자 하나 골목어귀
가로등 아래 버린 채 봄으로 불어갔다

누가 다 먹었을까?
흔들어도 소리가 없을 만큼
꽉 들어차 있었을 텐데
삶도 그러하리라
세월로 먹을 것이다

다 먹은 초콜릿 대하듯
세월속 팔십 평생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기쁨은 팽챙되어 늘어나고 슬픔은 가라앉아 줄고
더는 커질 수 없을 만큼 늘어나 쳐진다

고생도 삶의 크기만큼 담아 오리니
평생을 범하지 못해 살만큼 다 살면
비워져 초콜릿 없는 빈 상자가 그렇듯
속없이 부지런히 사는 것만이 덜 산 삶만큼
비우는 고생으로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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