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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요즘 미용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670 등록일: 2011-07-27

요즘 미용실 
 海月 정선규 

나는 보통 두 달에 한 번씩 머리를 깎는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은 내 머리를 볼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무 짧게 잘랐다." 혹은
"너 입대 하니"
이것도 성에 안 차는지
"스님" 하면서 두 손을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 하고 놀린다
하지만 나는 스포츠의 짧은 머리가 좋다
왜냐하면
머리를 깎은 후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내 마음까지도 다 후련하고도 시원하다
마치 마시는 청량음료처럼 톡 쏘아 올라오는
신선한 맛에 반해버린
하나에 심리현상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분이 상쾌하고 무엇을 하든지
새롭게 출발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저 흐뭇하기도 하다
어릴 적 나는 이용원 그때 당시에 말하는 이발소 혹은 이발관에서
머리를 아주 빡빡 잘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미용실은 가지 않았다
이발소가 쉬는 날이면 하루 이틀을 미루어서라도
꼭 이발소에서 잘라야만 마음이 개운하고
머리를 잘랐다는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 세상만사가 다 내 뜻대로 된다든가?
돈이 아쉬울 때면 비싼 이발소를 등지고 미용실을 찾곤 했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일단 이발소에서는 머리를 자르고 면도도 해주고
머리 감겨주고 코털 잘라주는데
미용실이라는 곳은 도통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지만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낀다는 위안을 삼으며
자꾸 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성적인 불감증에 걸리듯
젖어들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짧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하게 단장한 스포츠머리를 보니까
동글동글 두각이 박처럼 맺혔다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멋지기에 물었다
"형! 어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어."
언제부터 내가 이 말을 쉽게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고
나도 별수 없었다
하기야 요즘 젊은이들은 미용실을 즐겨 찾지 않던가?
어제 머리카락이 귀에 걸린다 싶자
안 그래도 가뜩이나 날씨도 더운데 뭐가 이렇게
자꾸 귀에 걸려 귀찮게 하나 싶은 마음에 짜증 나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그 형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두 눈에 얼마나 힘을 주는지
유리구두처럼 반짝이며 말했다
"중앙시장 3000, 원 짜리 미용실에서 잘랐어."
나는 뻔한 말을 하고 있었다
"샴푸하고 면도는 해줘"
내 말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눈치가 백 단인 양
대답하는 것이었다
"샴푸 해달라면 해주는데 샴푸 해주면 1000, 원을 추가해
4000, 원 받고 커트만 하면 3000, 원이야."
그리고 보면 요즘 이발소의 풍경도 요동을 친다
어려운 경제를 반영하듯 내가 가끔 가는 복지 이용원이나
전에 다녔던 청원 이용원은 커트는 5, 000원이고
조발은 면도를 포함해서 6,000원을 받는다
어쩌면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 사는 냄새가 아닌가 싶어
마음 한쪽이 포근하게 덧입힌다

정말 요즘처럼 경제가 힘들고 살기 각박한 세상에서
미용실과 이용원은 착한 값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하면서
사는 재미가 바람처럼 솔솔 불어닥친다
서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부대껴 살면서도
어떻게든 서로 배려하며 헤아려주는 마음에
깊은 아량으로 함께 살아보자 버팀목이 되어
살면 살수록 더 뻑뻑하게 살기 어려워지는 자신의 삶을 잘 감당하며
오늘 안 되어도 그래도 내일은 희망의 답글을 달아내리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슬픔도 기쁨도 어려운 경제도 함께 공유하고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에
보름달 같은 확신으로 밝게 떠오른다
돈 1, 000원을 놓고 더하기 빼기를 하느라
힘겹기만 했던 오늘을 비로소 벗어던졌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지금 막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고
나는 예쁜 아가씨 같지만 100% 미시인 여인을 바라보며
2%의 아쉬움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나는 매우 투박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주 짧게 스포츠형으로 잘라주세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그시 두 눈을 감고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인의 깊은 손결에 취해
탄성을 지른다
"카흣~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짧고도 짧은 내 머리는 깔끔하면서 담백하게 드러내었고
여인은 붓이랄지 솔이랄지 하는 것으로
잘린 내 머리카락을 머리에서 훌훌 잘도 털어냈지만
면도하는 서비스도 없으면서 샴푸까지 없어
고뇌에 싸인 아쉬움에 영 2%가 부족하여
개운치 못하게 여겼으나
그래서 나는 집으로 간다
왜 면도하고 샴푸 하기 위해
고로 집이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이다
하는 마음으로 미용실을 나왔다
그리고 밭에 숨겨둔 보화를 캐러 가듯
신 나게 걸어간다, 아니 뛰어갔다
3,000원에 머리를 잘랐다는 긍정을 집으로 돌이켜
이제 10분 후면 면도를 하고 샴푸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은 기쁨이 되어 즐거운 길이 되어 주었다
언젠가 인터넷에 누군가 올린 재미있는 영상을 보니
사랑해. 사랑 해를 짧고도 굵게 쓰더니
이내 지우고 또다시 사랑해, 사랑 해를 쓰고는
또 말끔히 지우고 만다 
보고 또 보고 여러 번보다 보니
이내 참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사랑이 뭐기에
저토록 많은 양념을 치고 부족해서
또 치는 것일까?
아마 어쩌면 까나리 액젓만 들어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긍정하고도 또 긍정해버리는
갈망은 무엇일까?
아무리 채우고 또 채워도 만족이 없는
사랑은 언제나 채워야 할 긍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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