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운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줄 사람들은 알까? 사람의 만남에는 물 뿌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 그리고 키우는 사람으로 일곱 가지 아름다운 무지갯빛으로 서로에 얼굴을 마주 보며 혹은 손에 손을 잡고 일곱 가지 빛깔이 떨어져서는 절대 발할 수 없는 오묘한 껍질에 싸여 있는듯하다 대전 중구 중촌동 네거리에 현대칼라가 있다 압축 앨범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곳에 가면 나에게 물 주는 아저씨가 있다 벌써 이곳을 드나든 지도 2개월을 넘고 있다 이제 내가 지하로 내려갈 때면 아저씨는 가을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갈아 마시는 내 발소리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결같이 단아한 모습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하고는 잠시 종이를 주워담느라 비지땀으로 흠뻑 젖은 내 얼굴을 보며 한마디 토한다. "우리 아저씨 꽤 더우신가 보네" 그저 어쩌다 한마디 겉치레로 던진 말 같아도 아저씨는 벌써 에어컨 앞으로 달려가 시원한 바람을 불러내느라 서 있거나 선풍기 앞으로 달려가 부지런한 손가락 운동을 정성 맞게 짜 삼아 선풍기 머리를 돌리신다 아저씨의 신경은 온통 시원한 바람을 어떻게 하면 한점이라도 더 끌어올까 고민하는 신바람에 젖은 얼굴이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고도 그래도 부족하다 싶을 때마다 쉴새 없이 선풍기와 에어컨 주위를 맴돌며 바람의 방향을 맞추느라 애를 쓰신다 그런 하면 어제 점심때에는 맛있어 당신이 먹으려고 꼭꼭 챙겨 숨겨놓으신 시루 떡까지 꺼내 혹시 맛이 갔나 싶어 냄새를 맡아보고 눈여겨보시더니 이제야 안심하는지 주신다 여기저기 작업실 안을 빈틈없이 쏘아 보다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면 다 꺼내 주신다 꼭 내가 지금 친정 집에 와 친정어머니께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먹을거리를 받아오는 기분에 휩싸인다 얼마 전에는 난데없이 차 앞으로 나를 손짓해 부르더니 "이거 집 정리하면서 나온 것인데 다 가져가. 이제 오늘 일당 했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 하면서 책이 가득 들어 있는 빨간 가방과 자루를 내미는데 만 삯 된 어머니 뱃살 같다. 항상 다정하면서도 자상한 얼굴빛으로 미소가 살짝 돌아간 듯이 엿보이는 행복한 매력이 있다 이윽고 아저씨의 얼굴에서는 짙은 흐뭇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돌아가는데 아니 벌써 바늘 귀에 콕하고 꿰어 능숙한 바느질처럼 한땀 한땀 얽어간다 "아침 먹었어요 집에서 몇 시에 나와요" 매일 보고 한 번도 빠뜨리지 않는 인사에 지극하게 정성으로 길들어 있다 마치 아저씨 화분에 심긴 화초를 보살피는 것처럼 아침마다 이렇게 물어보고 저렇게 물어보고 내 몸이 자꾸 보듬어 괴롭힌다 나는 이럴 때마다 몸에서 땀띠가 다 나면서 안절부절못하게 하는데 글쎄 닭살이 끼는 느낌이기도 하다 내가 언제 아저씨를 알았나 무엇을 해주었던가 이도 저도 아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참여하고 있는 현실은 내가 과거에 심지도 않았으며 거두지도 않은 행복에 거저 참여하는 것이리라 날이면 날마다 내 가슴에 사랑의 세례를 주시는 아저씨 이는 내가 사랑으로 자라게 함이리니 나중에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는 자여! 영원히 거두어 주는 자가 나타나리라 바라보는 소망으로 내 영혼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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