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개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그 집은 하루가 멀다고 개 짖는 소리로 시끌벅적입니다 바로 우리 집 옆집인데 대낮부터 요란하게 개 짖는 소리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한마디 하려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보면 밖에서 이런 말이 들립니다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올여름에 너 된장 바른다." 이놈이 말귀는 밝은지 이때부터는 아주 얌전하게 잘 있습니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채 3분도 안 되어 다시 짖기 시작합니다 대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만 나면 사족을 못 쓰고 짖습니다 그래서 제 주인은 이놈 이름을 금순이라 지었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물불 가리지 않고 굳세게 짖어대기 때문에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하여튼 넘친다는 것 넘친다는 것은 모두가 푼수인가 봅니다 왜냐하면 금순 이가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야무지고 똑똑하다 싶은데 제 주인이 집안에서 왔다갔다하든 뛰어다니든 기어 다니든 소리를 지르든 하여간 가만히 입에 문 내리고 잘 있다가도 담배가 떨어졌다 싶어서 제 주인이 잠깐 밖에 나갔다. 오면 이건 난리가 납니다 정말이지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이 일어납니다 제 주인을 알아보는 것인지 못 알아보는 것인지 입에 거품을 물고 온 동네가 다 떠나갈 정도로 짖는데 그냥 짖는 것이 아니라 잘 보면 사람이 무엇인가 억울한 일이 있어 신문고를 치고 대궐 앞에 납작 엎드려 억울하다고 부르짖듯 그렇게 젖먹던 힘까지 더 동원해서 눈알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인정사정없이 짖고 또 짖습니다 그럼 주인은 또 말의 일 번지가 등장합니다 "너 된장 발라버린다." 속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염불 외우듯 하니까 이제는 들은 척도 않고 짖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주인이 조언을 바꾸어 말하는 듯이 그럴싸하게 사정하다시피 "야! 이 집이 네 집인 줄 알아 내 집이야. 인마 따라서 이 집주인 또한 나야 네가 아니란 말이야 이 대 푼수야 알았지 이제 너 한 번만 더 짖어도 그건 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월권 하는 것이다 알았나" 쾅 큰소리쳤습니다 매일 치르는 전쟁이지만 보면 볼수록 정말 누가 주인이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금순 이의 이런 행동은 주인에 대한 불공평한 처우에 저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주인은 한 번도 금순 이를 풀어놓거나 밖에 데리고 나갈 줄 모르는 푼수인지 모르겠습니다 푼수푼수 보태다 보니 어느새 두 푼수가 되었습니다 뭐가 두 푼인지 모르겠지만 둘의 하루 전쟁에 대한 일당이라 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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