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올수록 가장 예민한 자극을 받는 곳 아니면 자극을 받는 모습이나 모양일까 하는 마음에 먼저 산으로 가야지 하는 마음을 다지고는 내 고향 주먹 산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내 고향에는 오직 주먹 산만 솟아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많은 야산이 있음에도 유별나게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산이 주먹 산인데 왜 그런지 아시나요? 주먹 산 이름부터 특이하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게 산 모양이 누군가 주먹을 꼭 쥐고 금방이라도 펀치를 날려 때릴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도저히 산 가까이 가는 것을 전혀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산의 위엄과 장엄함 앞에 몸과 마음을 자꾸만 사리게 합니다 친구가 그 산을 보고 처음에 주먹 산이라고 하기에 마음속으로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이면 주먹 산이야 정말 촌스럽다." 했는데 아무리 아니겠지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신기하게도 정말 주먹을 꼭 쥔 모양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아!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붙여 말하자면 우리 동네 뒤에 우람한 몸체로 서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이름 없는 산을 추 부산이라 이름 하여 우리 동네를 상징하게 하고 이름을 얻으리라 하여 무게를 잡았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한편 충청도 땅이 삼국시대 당시에 백제의 영토였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백제산이라 명명했다. 결국,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한 때의 소나기처럼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주먹 산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아무튼 이날 주먹 산을 오르겠다. 마음 정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 떠나는데 옆집 앞에 한 아이가 서서 친구도 없고 엄마 아빠도 없는데 혼자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누구에게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꼬마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으니 가위바위보 하자며 목 놓아 떼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금방 아는 척을 하면 꼬마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 같고 잠시 지켜보기로 하고 옆에 머물러 있기로 했습니다 꼬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 그놈 참 목소리가 우렁차다." 생각하고 "얘 너 지금 여기에서 뭐 하니"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맹랑한 꼬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모과나무 이파리 좀 보세요 이파리가 쫙 펴서 보를 냈어요" 아주 당차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하하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놈아! 그럼 넌 오늘 컸다고 내일 안 클래. 나뭇잎은 원래 날마다 넓게 퍼지면서 크는 거야 바보야" 일러주었더니 "아저씨 말은 이해가 안 가요 모과나무 잎은 보자기처럼 폈어요" 순간 나는 황당해서 꼬마한테 반문했습니다 "왜 그렇지!" 그러자 꼬마는 더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아저씨! 우리 선생님 그러는데요 가위는 자르는 것이고 바위는 돌이고 보는 보자기인데요 가위는 보자기를 자르기 때문에 보자기에 이기는 것이고 보는 보자기인데 바위를 싸서 손으로 들고 어깨에 메고 가면 바위가 꼼짝도 못하기 때문에 바위를 이긴대요 그리고 바위는 가위로 아무리 잘라도 잘리지 않는 돌이기 때문에 가위를 이긴대요 아저씨 모과나무 잎이 날마다 커지면 정말 보자기 돼요" 꼬마는 빨갛게 상기 된 얼굴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신 나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생명이구나 아이에게 생산적인 생각을 불어넣어 주고 많은 것으로 가능성을 만들어 부여해주는 모과나무의 삶이야말로 정말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거닐어 삶을 길처럼 잡아주고 뜬 마음을 가지고 가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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