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면
한동안 겨울은 조용할 것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이라는 것은
다 틀리게 조금은 빠르고
조금은 늦게 종이 한 장 두께를 간격으로
유지하는 세월은 시간이 세탁기처럼 사용하는지라
사로잡힌 겨울에 하얀 눈 한 숟가락 풀어 넣고
인정사정없는 손놀림으로
시간을 굴레 씌워놓은 듯 툴툴 돌아가는데
지칠 줄 모르고 고장도 없이 잘만 돌아갑니다
이제 봄이 오면 겨우내 철없이 입지도 못하고
옷장 깊숙이 개켜놓은 생명의 옷을 대지에 꺼내어
여름을 향해 푸르게 푸르게
깔끔하면서도 개운하고 밝게 씻어
가을이면 오곡백과에 누렇게 익은 곡식을 풍성하게
들녘에서 걸러내어 뽀송뽀송하게 탈수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저 익은 들녘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참여하는 예복을 지어 입히고는
겨울의 안식으로 몰입해 들어가 평안하게 잠자다
그날 돌아갈 그리운 본향을 생각하며 아주 부드러운 몸짓으로
잠에서 깨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잘 받아 챙기리라
이렇게 세월은 시간을 흘려 전기로 사용하는구나 싶은
밀도가 정사각형으로 단단하게 굳어옵니다
아마 사계는 캐러멜을 은은하게 감돌아 잿빛에 겨워
무르익는 연중행사의 식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