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삼성동에 있는 성모의 집 앞에 가보면 모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때로는 까치를 모아 손님이 올 것만 같은 기운을 가미시켜 오고 가는 사람들이 까까까 삼키는 까치의 노래를 향연 짓게 하는가 하면 젖가슴에 살 터울 지는 몽우리 가지마다 꼭 쥐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모과나무는 얼룩무늬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알록달록 작은 지도를 이렇게 저렇게 모닥모닥 새겨넣고 5분 대기조로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무껍질을 벗는데 한 벌처럼 홀라당 벗는 것이 아니라 여기 한 따그랭이 또 저쪽 한 따그랭이 제각각 알아서 떨어지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명태 포를 뜨듯 마치 껍데기가 맛 고운 살결처럼 소소하게 떨어집니다 비 내리는 날 도배하면 벽지가 올라오듯 풀칠이 덜 댄 벽지처럼 뽀송뽀송 자꾸만 일어나 떨어지는 게 징그럽기도 하고 몹쓸 피부병에 걸린 것 같아 매우 보기에 흉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옛날에 우리 어머니가 가마솥에 밥 지으시면 솥 맨 밑에 누렇게 자리 잡는 숭늉이 되는 누룽지라 견딜 수 없이 말하고 싶습니다 모과나무에서 서로 마음을 부대끼며 틈바귀에서 살아가는 삶의 연민을 동해안 어느 바닷가의 석양에 노을 띄울 짓는 아름다운 하늘의 풍채가 잠시 삶의 안식이 됩니다 또한 말끔한 뒤처리 끝에 돋는 새살은 그리던 지도를 박음질했나 싶게 야리야리 가늘게 뜸 떠진 선율만 남은 모습은 저 멀리 두둥실 떠 있는 뜬구름처럼 내 마음은 어느덧 섬이 되어 바다에 떠 있는 낚싯배가 되고 맙니다 이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망만 한 모과는 아주 짜릿하게 전해오는 낭만의 전율에 얼큰하게 취하여 못 생긴 얼굴 근육에 고스란히 엮어서 지난 추억을 되뇌듯 뭉클뭉클 가슴 벅차게 커갑니다 어떻게 보면 다리는 짜리 몽땅하고 허리는 둥근 호박같이 살이 쪄 둥글어 세상에 맞을 만한 허리띠 없는 볼록 배만 나온 배불뜨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호박에 줄 긋는단 말이 생각납니다 왜냐하면 둥근 호박에 둥근 몸매를 따라 줄 그어놓으면 영락없는 허리띠입니다 하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모과의 진가는 판가름이 났다고 생각됩니다 모과를 손으로 꽉 쥐려고 힘을 주면 줄수록 울퉁불퉁한 선율에 딱딱하게 굳은 밀가루를 만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딘지 모르게 못 생기게 밉다 싶으면서도 다시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숨은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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