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데기와 물랭이
손수레에 고물 싣고 고물상으로 가는데
요즘 워낙 고철 값이 없는 탓에 플라스틱과
옷까지 취급해 수입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전혀 몰랐던 사실 한 가지
플라스틱은 다 똑같은 종류가 아니고
두 가지로 나눈다고 합니다
따 데기와 물랭인데 우리가 흔히 많이 보는
딱딱한 플라스틱은 따 데기라 해서
단가가 많이 싸고 물랭이에 비해 던지면 쉽게 깨어지고
보기에도 무척 딱딱해 보입니다
따 데기의 예로서는 냉장고 내용물과 가전제품 껍데기가 대표적이며
물랭이의 예로서는 말 통과 가정용 플라스틱 그릇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비해 물랭이라는 놈은 질긴 으로 찢어도 찢어지지 않고
던져도 깨어지지 않으며 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입니다
라이터불에 태워보면 따 데기란 놈은
시꺼먼 연기가 나는 반면 물랭이는 하얀 연기가 납니다
그나저나 초보자가 뭘 알겠습니까?
고물상 아주머니께서는 갈 때마다 아주 열심히
설명해주시지만 금방 돌아서면
까마득히 안녕하고 맙니다
하지만 뚜렷하게 이 두 가지 분별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도 모르고 하다 보니
아주 자주 섞어서 가지고 갑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퇴짜맞기 일쑤입니다
아주머니께서 이게 뭐냐고 막 야단치시면
"아닙니까? 이게 물랭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아주머니는 "그래요 하다 보면 알게 돼요"
하시고는 다시 물건을 들고 이것은 물랭이 저것은 따 데기
아주 신명이 절절 나게 설명하십니다
그러나 들을 때는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정중히 알아들었다는 듯이 머리 조아리지만,
현장에서는 늘 뭐가 따 데기이고 물랭인줄 몰라 마구잡이로 넣다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다들 선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들었던 것들이 잘 모르겠다 싶고 헷갈리니
서로 얼굴 마주 보며
"야 이것 따 데기 맞지!"
하면 "아니야 그게 물랭이야"
서로 우기다가 어리벙벙한 얼굴로
"그거 나도 몰라 네가 알아서 해"하곤 했는데 한날 옆에 있는 형이
아주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야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어."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그게 뭔데" 물으니까
"응 그거 아주 간단해" 한마디 하고는 플라스틱이라는
플라스틱은 손에 다 쥐고 돌에 토담 쌓아 올리듯 토닥이더니
"소리 들어 봐 이 소리는 딱딱 소리 나지"
하고는 다시 다른 손에 든 플라스틱을 돌에 토닥토닥 두들기며
"이 소리는 투덜거림 맞지!"하고 씩 웃으며 하는 말
"딱딱 소리 나면 따 데기이고 톡톡 봉숭아 터지는 소리가 나지
이게 바로 물랭이라는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해괴한 선별법으로 골라 고물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아주머니"
하고 불렀습니다
아주머니는 나오셨고 물건을 보시더니
또 핀잔만 늘어놓으셨습니다
"아저씨들 머리 셋을 합쳐 한 자리인가 봐요.
그렇게 말해줘도 몰라요."
하는 말에 한 친구가 볼멘소리로
"야 아줌마 제법 깐깐하다.
너무 떽떽거리는데 따 데기와 물랭이가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물어보았고
나는 "응 떽떽이 부는 여자 되지"
하고 말했지요
고물상의 하루가 또 이렇게 넘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