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노부부의 겨우살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216 등록일: 2011-05-22
노부부의 겨우살이

설을 앞둔 작년 추운 겨울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들네 집에 가느라
대전 목척교를 건너는데 마침 바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혀 눈을 뜨지 못할 만큼 세차게 부딪혀 왔습니다
목쳑교를 같이 지나던 젊은이들도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고
날아갈 듯 펄럭이는 옷깃을 잡아채느라 말 그대로 추위와의
전쟁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추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시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계셨습니다
이런 형국인데도 바람은 간에 기별도 안 갔는지
더 표독스럽게 얼굴을 깊이 파고들어 냉기류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내려
체온을 떨어뜨리며 추위를 자꾸만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신 채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시고 바람이 잔잔해지기만을
꾸준히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사건은 그야말로 절묘한 시점을 맞아
할아버지께서 쓰고 계시던 중절모가 말릴 틈도 없이
냅다 용수철에서 뛰어오르듯 하늘 높이 고공 행진을 하더니
이내 떨어져 엎드린 채 그대로 배로 기어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커질 대로 커져 그렇게 근엄하시면서 존귀하게 보이시던
할아버지의 머리는 빈들처럼 머리숱이 없었으니
근엄함과 함께 존귀함은 낙수처럼 뜸벙뜸벙 채신머리없이 떨어지고
날아간 모자만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할머니 말씀이 더 재미있습니다
"여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늦바람이 당신한테 치근덕거릴 건더지가
사라졌으니 더는 바람나지 않겠네요.
그렇죠" 하고 말을 건네자
심기가 많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자 없는 하늘 아래 쓸데없는 바람만 불어 쯧쯧쯧"
삶이란 우리에게 부족하지도 않으면서 흘러넘치지 않는
적당하게 내리는 이른 비와 늦은 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댓글 : 0
이전글 할머니 꽃
다음글 꽃피는 봄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432 시.시조 왜... 정선규 0 9658 2011-05-19
431 자유글마당 어그 사태 정선규 0 9493 2011-05-18
430 시.시조 손님 정선규 0 9702 2011-05-17
429 자유글마당 인생 덧입기 정선규 0 9599 2011-05-17
428 메모.비망록 신의 문법 창세기 1장 집필중 입니다 정선규 0 8903 2011-05-17
427 자유글마당 그리운 선생님 정선규 0 10200 2011-05-16
426 시.시조 여시 차 정선규 0 11260 2011-05-16
425 시.시조 깻잎 서정 정선규 0 10261 2011-05-14
424 시.시조 6월의 촛불 정선규 0 10073 2011-05-13
423 자유글마당 고등어 세 마리 정선규 0 9337 2011-05-13
422 시.시조 삭제된 게시물 입니다. 정선규 0 30 2011-05-12
421 메모.비망록 노인과 여자 정선규 0 9247 2011-05-12
420 시.시조 고목 정선규 0 9878 2011-05-11
419 자유글마당 길... 정선규 0 9677 2011-05-11
418 시.시조 거미줄 정선규 0 10007 2011-05-09
81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