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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노부부의 겨우살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394 등록일: 2011-05-22
노부부의 겨우살이

설을 앞둔 작년 추운 겨울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들네 집에 가느라
대전 목척교를 건너는데 마침 바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혀 눈을 뜨지 못할 만큼 세차게 부딪혀 왔습니다
목쳑교를 같이 지나던 젊은이들도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고
날아갈 듯 펄럭이는 옷깃을 잡아채느라 말 그대로 추위와의
전쟁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추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시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계셨습니다
이런 형국인데도 바람은 간에 기별도 안 갔는지
더 표독스럽게 얼굴을 깊이 파고들어 냉기류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내려
체온을 떨어뜨리며 추위를 자꾸만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신 채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시고 바람이 잔잔해지기만을
꾸준히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사건은 그야말로 절묘한 시점을 맞아
할아버지께서 쓰고 계시던 중절모가 말릴 틈도 없이
냅다 용수철에서 뛰어오르듯 하늘 높이 고공 행진을 하더니
이내 떨어져 엎드린 채 그대로 배로 기어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커질 대로 커져 그렇게 근엄하시면서 존귀하게 보이시던
할아버지의 머리는 빈들처럼 머리숱이 없었으니
근엄함과 함께 존귀함은 낙수처럼 뜸벙뜸벙 채신머리없이 떨어지고
날아간 모자만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할머니 말씀이 더 재미있습니다
"여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늦바람이 당신한테 치근덕거릴 건더지가
사라졌으니 더는 바람나지 않겠네요.
그렇죠" 하고 말을 건네자
심기가 많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자 없는 하늘 아래 쓸데없는 바람만 불어 쯧쯧쯧"
삶이란 우리에게 부족하지도 않으면서 흘러넘치지 않는
적당하게 내리는 이른 비와 늦은 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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