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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그리운 선생님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230 등록일: 2011-05-16
그리운 선생님

어느 날인가
그날 따라 나는 일찍 등교했다
왜냐하면 기술과제가 있었는데 다 못한지라
서둘러 학교에 가서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기술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터라
더 신경이 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선생님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시면서
눈물도 많이 흘리셨다
언젠가 우리 1학년3반이 전교에서 꼴찌를 했을 때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셨던지 아무도 모르게 숙직실에 들어가
혼자 울기도 하셨고 학생들이 잘못하면 엄하게 꾸짖기도 하시면서
때로는 매를 들기도 하셨었는데 매들 댔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두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을 많이도 흘리셨던 선생님
어느 사람이 그토록 눈물이 많을까 싶을 정도까지 남자로서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누구 한 사람 수업료를 못 내서 학교 못 다니겠다 싶으면
자신이 대신 내주기도 하셨고 때로는 청소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싸우는 바람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토끼 뜀으로 운동장 열 바퀴를 돌라고 해놓고
자신도 같이 토끼 뜀을 뛰셨다
혹여 누가 선생님 왜 그러세요 하고 물으면 다 내가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제 잘못이니 그냥 내버려두세요 하시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땀을 뻘뻘 흘리시며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셨다
때로는 우리가 깨달으라는 뜻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시험만 봤다 하면 전국에서 꼴찌
전체에서 꼴찌 하면서 학교에서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그건 다 우리 1학년 3반 학생들이 끼어 싸우고 점심시간에 학교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나가고 화장실이나 교실청소 시켜놓으면 빗자루 버리고
밀대 버린 채 도망가고
등교 시간 늦으면 선도부나 학생부 선생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쥐구멍으로 기어들어오고 과제를 내주면 제대로 해오는 것은
반장과 몇몇 사람뿐이고
수업시간에 졸지 마라. 주의 주고 돌아서면 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아침 자율학습은커녕 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가 하면
쉬는 시간이면 너도나도 도시락 까먹느라 정신없었다
수업 첫 시간부터 꾸벅꾸벅 졸기 기본이고 시험 시간이면
커닝종이 만들어 돌리기 바쁘고
여자 교생선생님이 왔다 하면 엉뚱한 질문으로 열 내며 수업시간을 까먹었다
"선생님 애인 있어요.
남자하고 키스해 봤어요.
연애해 봤어요"
결국 시내기인 여자 교생 선생님들은 울기도 하고 반을 옮기기도 했다
무단결석. 지각. 무단 조퇴까지 급기야 누가 퇴학당하네! 아니네!
무성한 이야기는 급류를 타고 선생님은 모든 학생 앞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시고
책상위로 올라가 서시고는 반장에게 종아리를 때리라고까지 하셨다
내가 잘못 가르쳤으니 너희가 나를 때리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수도 없이 교장실에 불려 가 죄 없이 교장 선생님께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만 했다
나는 선생님을 알았기에 더는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못했지만, 학교에서 끝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날 아침은 유난히 안개가 많았다
내가 교문을 들어서자 선생님은 삽질하고 있었다
제대로 잔디가 심어지지 않은 탓으로 비만 왔다 하면 골이 파이고
흙이 무너져내리는 둔 턱에 전날 숙직을
마치고 튼튼하게 잔디를 삽으로 다독이며 흙을 퍼 올려 덮으시면서 땀을 흘렸다
나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늘 자신이 본이 되어 제자들을 가르치시며 깨닫도록 하셨던 선생님의 교육방식은
그때 당시 내 가슴에 뜨거운 엄청난 사랑의 표현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일하시는 선생님 모습만 지켜보며 30여 분을 서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서 있는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삽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드디어 나는 입을 열었다
아주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님"
그때야 나를 바라보면서 웃으셨다
"선생님 박카스 한 병 드실래요"
순간 선생님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빨리 안 들어가고 뭐 하고 서 있어
빨리 교실로 들어가 추워"
선생님 그립습니다
추부중학교 1학년3반을 담임하셨던 최재식 선생님!
그 얼마후 선생님께서는 금산동 중학교로 전근을 가셨고
그때 우리 국사 선생님이셨던 김영희 선생님과 결혼하셨고
딸을 낳으셨다는 소식에 나는 작은 목걸이를 사서 편지와 함께
선생님께 우편으로 보내드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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