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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목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910 등록일: 2011-05-11
 고목 / 정선규

고요한 세상 품 안으로 잠재워 놓은 느낌 하나
이파리만 있다면 산목숨인데 없는 이파리만 눈에 띈다
이젠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오고 나가는 옛 영혼의 도읍지가 되었다
이파리 하나도 남김없이 다 찾아내어 여름 내내 단아하고 손바닥만 한 크기로
염색할 천 이파리로 피워 삼은 익숙한 단풍 솜씨 뽐내어 수없이 가을로 내다
팔아먹고 살았던 그의 삶은 제 버릇 개 못 주는 서정의 습관이었다
시간이 산다는 풍경의 제목이 되어 다가서는 날들의 한 자락 화려한 물들인 몸단장으로
온 산야 울긋불긋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만끽해내는 기쁨의 생산 짊어지고 놀리는 몸속
뇌사상태의 영혼으로 의식 잃어 덜떨어진 순수성 고집스러움을 내색하는 단풍나무가
혈구증 앓는 여인네의 과다한 출혈을 감당하듯 메말라 장사 되었다
푸르러 갈색이고 북적북적 대던 삶의 번화가 가판대 위로 툭툭 걸쳐놓았던
피고 지던 이파리는 온데간데없고 죽은 영혼들의 앙상한 살가죽만 내놓은 장날
즐비한 침묵을 실은 에누리없는 죽음의 평등으로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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