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 문인서재 / 문학관.com / 문인.com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문인.com
작가별 서재
김성열 시인
김소해 시인
김순녀 소설가
김진수 큰길 작가
김철기 시인
류금선 시인
문재학 시인
민문자 시인
배성근 시인
변영희 소설가
송귀영 시인
안재동 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오낙율 시인
윤이현 작가
이기호 시인
이영지 시인
이정승 소설가
이룻 이정님 시인
이창원(법성) 시인
정선규 시인
정태운 시인 문학관
채영선 작가
하태수 시인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4부의 정의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709 등록일: 2011-05-06
4부의 정의

전혀 비 올 것 같지 않은 날
뜻밖의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에 나가던 중 한 건물 앞을 지날 때
무심한 하늘은 자기 일이 아니라며 수도꼭지
고장 난 것처럼 아니면 전립선을 앓는 것처럼
조일 줄 모르고 파김치가 자신을 모른 채
있는 힘을 다해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비를 피해 가장 가까운
건물 안으로
몸을 깊숙이 숨겼습니다
마침 그때 그 건물 앞을 지나던 사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다섯 명이었고 우리는 언제 그렇게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앞을 다투어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데
온 정신이 다 팔려 있었습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우산도 없고 그렇다고 우산 나누자는
임마저 없어 암담한 마당에 모두 넋을 잃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만 바라보는데 스스로 생각해 봐도 얼마나 처량하던지
아예 빗속에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도
이참에 만들어 볼까 싶을 정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한눈에 짠하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건물 현관문에 아주 큼직하게 붙어 바짝 웅크리고 있는
부, 부, 부, 부, 종합 4부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분명히 부 앞에 뭔가 다른 글씨가
줄을 놓고 있었을 텐데 온데간데없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점점 호기심은 고혈압 증상으로 번져가고
급기야는 나도 모르는 사이 한 마디 내질렀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세로 한 줄이 부, 부, 부, 부,
종합하면 4부인데 머리는 없고 꼬리만 있으니
이것도 선악의 조화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괜히 미안하다 못해 멀쑥해진 나는 부, 부, 부,부,
아주 짜증스러운 눈길을 통통통 던져 징검다리처럼
건너서 도망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옆에 아무 말 없이 얌전하게 서 있던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글의 해석에는 분절이 필요합니다
부, 부, 부, 부, 이지요 이를 둘씩 나누어 묶으면
부부, 부부 이는 두 쌍의 부부라는 뜻이 되네요"
아주 통쾌하고 명쾌한 해석이었습니다
나에게 막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아뿔싸 이에 뒤질세라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또 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음! 그렇다면 두 쌍의 부부가 살아가는 건물이라
여겨지는 대목인데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에도 역시 그럴싸한 이야기가 나왔다 싶었을 때
내 뒤에 서 있는 아저씨가 나섰습니다
"이 봐요. 그게 아니고 간판작업 하던 사람이 일하다
급한 볼일이 생겨 화장실에 간 거라고요"
두 눈 딱 감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세 사람의 말을 다 경청하고 있던
아주 멋있게 생긴 청년이 말을 이었습니다
"공감합니다
그래도 남은 여지는 있습니다
이 건물 학원 선생님께서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다
자기 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화장실까지 들리자 참다못해
초등부 조용히 못 해하고 소리 지르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
생긴 일입니다."
우연히 길에서 비를 만난 남남이 4부를 놓고 다양하면서
저마다 색깔이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정의를 내리는 열띤
토론에서 어떤 사물에 관한 관점의 차이는 다양성을 가지고
어떤 사건에 접근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댓글 : 0
이전글 묻는 길
다음글 가을 짓
번호 제목 작성자 추천 조회 등록일
자유글마당 4부의 정의 정선규 0 9710 2011-05-06
412 시.시조 가을 짓 정선규 0 9983 2011-05-06
411 자유글마당 바람의 이야기 정선규 0 9789 2011-05-05
410 시.시조 상처 난 우정 정선규 0 9834 2011-05-04
409 자유글마당 입 살이 정선규 0 10248 2011-05-03
408 시.시조 시인의 가을 정선규 0 9868 2011-05-02
407 자유글마당 계단을 오르며 정선규 0 9200 2011-05-02
406 시.시조 낙엽 밟으며 정선규 0 9313 2011-05-01
405 시.시조 꿈의 대화 정선규 0 9257 2011-05-01
404 자유글마당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선규 0 8986 2011-05-01
403 시.시조 목련꽃 옆에서 정선규 0 9137 2011-04-29
402 자유글마당 이삭줍기 정선규 0 8837 2011-04-29
401 시.시조 물레방아 내력 정선규 0 9549 2011-04-29
400 메모.비망록 30대의 녀석 정선규 0 9786 2011-04-28
399 시.시조 커피 한 잔 마시며 정선규 0 9780 2011-04-28
81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문인 개인서재)입니다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