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든가 모처럼 집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인삼 탑을 생각해냈다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떠나 금산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금산읍으로 들어서자 양옆으로 사자인가 해태인가 하는 돌을 깎아 만든 동물이 서 있었다 그 뒤로 인삼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잠시 후 터미널에 도착한 시외버스에서 내려 지나온 길을 보듬어 인삼 탑이 있는 쪽으로 걸었다 길고 먼 여행이 아닌 단순히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다 일상이라는 틀을 아무 조건없는 이탈을 꿈꾸며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용히 보내며 생각하고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깃털 같은 생각에 매달려 세월아! 내달아!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걸었다 그렇게 15분 걸었을까 드디어 인삼 탑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도착했다 수많은 계단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여름 날씨만큼 더운데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땀 꽤 나겠다 싶은 것이 아득히 손짓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다 돌아설 수가 없는지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으며 한 계단씩 높아질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한 계단 그리고 또 한 계단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은 잠시 뒤에 내려오는 길에 다시 밟고 내려와야 하는 길인 것을 세상은 잠정적인 상황이다 어디 내 것이 있겠는가 사람이 나그네인데 어찌 가진 물질과 권력이 영원하랴 가졌다는 잠정적인 것은 언제라도 상황이 변하면 바람에 빼앗겨 미련없이 다 날아가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열한 계단 열두 계단 자꾸 오르지만 스쳐 가는 있다가 없어지는 그런 인연일 뿐 사실은 아무 실속도 없다 한 예를 들어 사회복학에서 쪽방 국민을 잠정적 노숙인으로 본다 잠시 아직은 쪽방에 몸담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이 끊어져 거리에 내쫓길지 늘 불안하다 무엇보다 웃기는 것은 이들이 일하지 않는 것은 게을러서도 아니고 무능해서도 아니며 생각이 없어서도 아니다 국가는 이들에게 따지고 있다 국가에서 먹고 살라고 생계비를 지원해주는데 왜 무엇 때문에 일하느냐는 것이다 그냥 일하지 말고 주는 돈이나 가지고 살라는 사육하는 단계이다 그나마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며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이들의 삶은 더 불안하고 힘들다 아무도 미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의 미래가 나를 어느 쪽에 둘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나는 계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오르는 계단에서의 일도 삶의 체험일 뿐이고 내려오는 계단에서의 일도 삶의 체험일 뿐인데 나그네 된 인생 이 세상에서의 삶은 진짜가 아니리니 다만 내가 사는 날 동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한 거리만 확보해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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