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페인트칠하시는 형님을 만났다 얼굴을 보니 많이 몰라보게 핼쑥한 것이 살이 많이 빠졌다 싶을 정도였다 몇 달 전 작년 겨울 12월만 해도 허리에 딱 맞았던 바지가 주먹이 하나 들락날락하며 놀 정도로 헐렁했다 "형님 어디 가세요." 의례 습관처럼 하는 인사치레이지만 형님을 뵐 때마다 친근감이 그 누구보다 많아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이 된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형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커피 한잔할래" 하더니 어느새 저 멀리 앞에 보이는 커피 자판기 앞으로 지명한 듯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늘 마음뿐이지 언제 제대로 식사 한 끼 근사하게 대접해 드리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뿐인지라 "형님! 저는 아까 마셨어요" 거절해 보았지만, 형님은 이런 내 말에 귀 한 번 쫑긋하지 않은 채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자판기 몸 안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늘 형님 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상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깊은 정이 스며들어 가는 듯한 정감이 인다 "형님 요즘 어떠세요." "죽겠어. 이번 달에 12일 일했는데 예전보다 일거리가 매우 없어 보통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전세 2년 계약하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꼭 이맘때 4,5월이면 이사철이라. 이사 오면서 집을 싹 수리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페인트칠이 많았었는데 어떻게 된 것이 요즘은 그런 것도 없고 들어놓았던 적금. 보험 다 깨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하면서 말 머리를 살짝 돌린다 "나도 병이야 병. 그냥 기성복 사 입어도 좋은데 뭐가 좋다고 맞춰 입는 것이지 모르겠어 옷 집에 바지 두 벌 맞추어 놓고 칠만 오천 원씩 십오 만원 준비했는데 글쎄 이 돈을 오늘 다 쓰면 판교에 가서 일한 돈 오늘 오후 2시까지 넣어준다고 했는데 만약 이 돈 쓰고 안 들어오면 내가 쓸 돈이 없잖아.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아우성만 높아가고 있다 대전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건설공사 현장이 예전보다 많이 감소하면서 새벽 5시에 일찍 일어나 인력사무실에 나가보아도 일거리가 없어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말이 북적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눈에 백내장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상황인지라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마냥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유일하게 자신이 살 길이라 생각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했으나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데 돈이 없어 그나마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현재 두 달 방세가 밀려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때로는 목숨 줄 놓으려 했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구차한 목숨 여기저기 교회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해놓고 있으며 교회는 발 벗고 나서서 무료 혹은 병원비 후원자 아니면 후원단체를 알아보고 있으며 급기야는 사랑의 열매를 통해 이 사람을 돕기 위한 노력을 하는가 하면 인터넷에 이 사람의 형편과 처지를 소개하는 글을 올려놓고 도움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한다 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 언젠가 모 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국가는 국민에게 집을 지어주어야 하는데 허물고 있어." 나는 황당하면서 의아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나라가 국민의 집을 허물다니요" 내 말에 교수는 말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나는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두 눈만 멀뚱거렸다 그분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집이네 집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고 가정을 지키면서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하지 쌍용자동차만 봐도 알 수 있잖나 직장을 잃으면 그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겠어 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인데 어떻게 마음 놓고 집으로 돌아가겠어 지금 직장이 흔들리는데 발걸음이 가볍겠어. 나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지. 가장의 책임은 육중한 거야 집은 여관이 아니야 국가는 농부에게 농토를 주어 밭을 갈게 해주고 직장 다니는 사람에게 직장을 주어 일하게 해줄 때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자리 줄 때 우리는 삶의 목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며 정착해서 살아갈 집을 가지게 되네 쌍용자동차 사태가 왜 일어났겠는가 국민의 집을 빼앗아 가니까 지키고자 하는 것 아니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이면 퇴근하는데 내일 당장부터 직장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어떻게 보면 먹고 사는 이유를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네" 당연히 해 뜨면 나오고 어두워지면 돌아가는 곳이 집이라 알았는데 집은 우리의 목적을 놓고 살아가는 꿈의 보금자리였다 현시대에 직장 잃고 자기 집 두고도 돌아가지 못하는 거리의 노숙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가장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실직하는 순간 집은 멀어지고 갈 곳은 없어져 노숙하는 우리 현실을 되짚어 본다 이런 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삶이 안정될 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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