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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30대의 녀석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789 등록일: 2011-04-28
30대의 녀석

내가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내 사람들을 말이다
어느 날 내가 이슬이 되어
풀잎 속으로 숨어들어 가
바람에 흔들리다 홀연히 태양 앞에서
사라진다 하여도 죽음일 것이요
내가 알고 사랑하며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풀잎 이슬처럼 아침 한나절 숲의 별빛으로
속삭이다 바람에 묻혀 가버리면 이 또한 죽음이리라
오늘 자꾸 내 마음을 맴돈다
얼마 전 그 아이를 보았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 있는 듯하여
보기 흉한데 녀석의 말마저 알 수 없는 긴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간질, 간질의 고통에 얼마나 시달리고 지쳤는지
이제는 술에 의지하여 조금이라도 잠시라도
어찌 고통을 잊고자 몸부림쳤다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도 대신 짊어져 줄 수 없는 간질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돌보아 줄 사람은 없었으며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친동생과 헤어져 사회에서 만난 사람을
삼촌이라 부르며 그 사람 집에서 살았다
물론 간질이라는 장애등급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늘 자신이 노력하고 땀 흘려 먹고 살기 위해 자장면 배달과
공공근로도 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일할 때마다 떨어뜨릴 수 없고 발작하면
숨길 수 없는지라
그대로 싸고 다녔다
그나마 배달 중에 발작으로 말미암아 큰 교통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시장 보러 혹은
바람 쐬러 나왔다
어느 때에는 사람이 그리워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심하게 발작을 해서 몸을 많이 상해야만 했고
수도 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 했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를 그 어떤 습관을 쫓는 것처럼 했으며
아주 연연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익혀야만 했다
그런가 하면 세들어 살던 여러 집에서조차 쫓겨나야만 했으며
제 한 몸 가눌 힘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이제 아는 사람을 만나 그의 아파트에 들어가 삼촌이라 부르며
살아왔다
그날 나는 녀석을 못 보았는데
녀석은 나를 보고 술 취해 다가와 천 원짜리 석 장 내밀면서
택시를 잡아달라고 말했다
간질이 심해지면서 언제인가부터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겨우 말 한마디 할라치면
"형 나 죽을 것 같아."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듣기 거북해 그런 말 한다고
나무라곤 했었다
녀석은 금방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나는 얼른 녀석을 부축해서 대전역 서광장 택시 타는 곳으로
부축해가면서 조금 전 만났던 아는 형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아까 녀석은 대한통운 앞에서 발작을 일으켜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일으켜 세워주었더니 정신을 차리고 집에 가겠다고 하기에
혼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집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고통을 잊으려 혼자 술에 취한 채 소변을 본 것인지
아니면 물에 젖은 것인지
바지가 흠뻑 젖어 있었고 어깨는 왼쪽으로 기울여진 채 중심을 잃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너 집으로 가지 말고 병원으로 갈래. 가자"
했지만, 집으로 가겠다. 고집부려서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냈는데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여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다
잘못되면 안 되는데 싶은 마음이면서도
그때 차라리 병원으로 데리고 갈 걸
보호자 노릇하기 싫어 너무 소홀히 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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