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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잊힌 계절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079 등록일: 2011-04-23
잊힌 계절
 海 月 정 선 규

잊힌 계절 가을인가
귀뚜라미 우는 밤
메마른 갈색 소리만
여울진 채 가물 진다

농익은 들판은
황금진 물결로 가라앉는데
바다는 멀고 가까운 강은 짧기만 하니
타는 가슴 불도 못 끄고 하늘만 바라본다

비스듬한 하늘이 칼날처럼
들이대는 햇살의 손끝이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논밭에서 소곤소곤 뇌까리는 가뭄이
진드기로 숙성시킨다

잊힌 계절 가을인가
비 한 방울 주울 수 없는
하얀 밤 소나기 마중하다 눈 감아
잊을까

가을비 내리는 날
쏟아지는 빗소리로 귀 멀어져
영원히 잊혀가는 계절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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