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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담쟁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343 등록일: 2011-04-18
담쟁이 
 海 月 정선규


가을 햇살과 담쟁이는 어떤 관계일까? 
눈만 뜨면 시뻘건 화기를 내뿜는 담쟁이 
지난여름 얼마나 속썩었길래 

조금 있으면 터질 것 같은 
참는 얼굴로 불 같은 화를 삼키며 
힘주어 참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인생의 아름다움은 
해 질 녘의 꿈꾸는 황혼인지라 베푸는 사랑을 고집하며 
인내하고 기다리며 살았던 할머니 생각하게 한다 

가을이면 담쟁이 좋아하셨던 할머니 
사람의 마음이 타면 어디까지 타겠느냐며 
이 담쟁이만큼만 타던가 태우면 그 잎이 지나니 

말년에는 기댔던 담조차 인생의 가을에 잃고 
조강지처 찾아 돌아올 것이라고 할아버지를 믿고 그렇게 
담벼락에 기대어 살던 담쟁이를 좋아하셨던 할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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