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해가 시물시물 작아질 무렵 대전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는데 저만치 대략 계단을 놓고 말한다면 15계단쯤이라 말할까 싶은 거리를 앞질러 가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여느 사람과는 달리 가만히 서서 올라가려다 올라가지 못하고 거꾸로 내려오는 듯한 어설픈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렇다, 아니다, 내 마음에 갈등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 부득이하게 꼬집는다면 부실공사로 말미암아 건물 외벽에 굵은 골이 파이듯 뭔가 불안전한 화근이 따라붙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은 마음으로 좀 더 두고 보자 눈여겨보고 있는데 얼기설기 거미줄 엮듯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마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토록 야무지게 다짐받았음에도 그 아주머니는 나를 실망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위로 올라간다 싶었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자꾸자꾸 뒷걸음질 놓더니 이제는 포기했는지 급속도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놓고는 쏜살같이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때 그 상황은 소 돼지가 아무 값어치 없이 죽든 살든 그저 헛발 디뎌 굴러떨어지듯 데굴데굴 굴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설마 설마 하고 있다가 위로 뛰기 시작했고 아주머니보다 한 계단 아래 멈추어서서 아주머니를 안아 들어 올려 세웠고 당황하고 놀란 아주머니는 아랫도리 허벅지를 손으로 꼭 쥐고는 놓을 줄 몰랐습니다 다 일으켰다. 이제 됐다 싶을 때 아주머니는 아직도 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아저씨 왜 이래요. 여기가 어디예요" 횡설수설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아주머니 정신 차리세요." 말하고는 털썩 에스컬레이터에 주저앉으려는 아주머니를 꼭 붙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흔들리는 아주머니를 따라 함께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역력하게 와 닿더니 아뿔싸 에스켈레이터 두 계단 아래로 떨어진다 싶을 때 "어~ 어~" 소리치며 떨어졌는데 다행히 아주머니의 한 계단 아래인지라 그대로 아주머니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이제 됐다 싶을 때 아주머니는 젖먹던 힘까지 더해 내 아랫도리를 힘껏 쥐는데 나는 이때 비로소 한가지 큰일을 알았습니다 금쪽같은 두 씨알의 깨어지는 고통은 곧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음성적인 고난으로 내가 그날 애를 낳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세 쌍둥이는 낳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디를 가나 술 취한 여자를 조심하는 습관을 지녀야겠다는 것을 강요당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여자나 남자나 술 마시기 나름이지만 술도 어떤 사람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가 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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