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에 온 정신을 쏟다 보면 가끔은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불 켜는 동작도 멈춰버린 채 외골수처럼 한쪽만 기억하고 굳습니다 그래도 한계는 있으니 어둠을 한쪽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는지라 내 눈앞에 어둠이 차곡차곡 알밤처럼 단단하게 쩍 벌어질 무렵 정신이 들어 그제야 천장 무너질까 싶어 천천히 일어나 방불을 켜고는 오른쪽 손으로 배를 쓸어내리며 중얼거립니다 "아! 배고파. 오늘 저녁은 또 뭘 해먹지." 허울 좋은 말 한마디 심각하게 아니 심오하게 던져버리고 황소 여물 주는 큰 그릇을 꺼내어 상추 넣고 고추장 넣어 간장 뿌려 이리저리 치근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람의 손이 작업하듯 휘리릭 선 그어 못 생긴 섬 하나 저 멀리 치우는 것처럼 먹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혼자 집필하고 어둠이 으스스 절여 흐르는 저녁에 전화벨이 울려 일어서는데 내 앞에서 누군가 시커멓게 같이 일어나는데 너무 놀라서 기겁하고 "누구세요" 다급하게 따지듯 묻고는 금방이라도 누가 잡아먹을까 싶어 얼른 뒤로 삼보 물리는데 얼핏 보니 내 앞에 커다란 거울이 나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놀래라. 뉘 집 아들인지 간이 신축성으로 구성지게 좁혀지느라 간장이 부족하겠네" 시원하게 한마디 하니 놀랬던 속이 너무 쉽게 풀어져서 그런지 꼬르륵꼬르륵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강물처럼 흐르는 속물에 마음 담그고 뭐 혼자 살면서 누가 있다고 왜 그렇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인지 자꾸만 쑥스럽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된장찌개에 푹푹 청양고추 썰어 넣어 가끔은 매운 때도 있구나 화끈하게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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