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서 이웃집 담장을 보니 벌써 하얀 목련꽃이 갈잎 떡처럼 한주먹씩 툭툭 떨어지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오늘 한턱낸다." 누굴까 "누구세요" 애를 써 물어보아도 기척이 이는 것을 바람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 들었지" 중얼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목련꽃이 툭 하더니 보란 듯이 떨어졌습니다 툭 떨어지는 순간 목련꽃의 무게는 내 마음에 매우 무겁게 부딪혀왔습니다 조금 전 누군가 "내가 오늘 한턱낸다." 말한 것이 이것인가?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둔탁하면서 누군가 먹을 것을 두둑하게 차려오는 것처럼 바라봐졌습니다 한턱이 얼만큼인지는 모르지만, 삼겹살 600g 정도 될 법했습니다 원래 고기를 안 좋아하는 나인지라 "이건 너무 많은데" 싶은 생각에 하얀 목련꽃이 떨어진 것을 바라보니 생각나는 것은 꽃잎은 살이지 꽃나무 살이지 하는 말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꼭 내 속살을 누구한테 들킨 것 같은 엉터리 마법에 걸려 꿈속에서 헤매는 야릇한 기분에 젖어 오늘 저녁 삼겹살이 아니면 풀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이상하게 좋아하지도 않는 아니 좋아할 수도 없었던 삼겹살을 먹었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세상에 별꼴이 다 있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그는 삼겹살을 시켰고 나는 먹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심지 않은 것에 대하여 거두는 행복한 참여가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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