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봄볕으로 마음 말리듯 넓은 가슴팍 앞으로 돌출시켜 그럴싸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서 젊은 아가씨가 나보다 더 당당하고 보란 듯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의 습관을 따라 "응 지나가는 여자" 하고 몸을 비틀어 비켜가려는 찰라 이게 웬일 그게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데 내 앞에 당당하게 하이힐을 신고 버티어 서서 "오빠 뭐해. 어디 가" 아가씨의 얼굴을 몇 번이나 바라보고 훑어 보아도 역시 모르는 아가씨라는 결론만 소용돌이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누구의 말처럼 고민 충만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끝내 나는 아무 말 못 하면서도 혹시 과거처럼 내가 아는 사람을 외면하고 돌아서는 실수로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싶은 부질없는 걱정으로 몰입하는데 눈앞에서 별이 반짝했습니다 내 평생 더도 덜도 말고 딱 두 번째 역사에서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야!" 그 검은 하이힐 앞발굽을 들어 몸부림치듯 내 질러 다리를 때렸습니다 노란 것은 하늘이 되고 빙빙 돌아가는 어지러운 것은 땅이었습니다 다짜고짜 가해지는 물리적인 실력행사에 속에서 확 하고 끓어 오르는데 가만히 옆 모습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면서도 아리송하게 이는 파문의 뒤끝으로 깃들어오는 짧은 여운은 역시 모르는 아가씨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혼자 생각을 보듬어가는 사이 아가씨는 벌써 저 멀리 가고 있었고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가씨한테 당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서서히 속병을 앓고 시작했습니다 "뭐야! 내가 돌아가시겠네." 귀신한테 꼭 붙들린듯한 이상한 느낌만 아리게 메아리쳤습니다 내 일상은 이상한 나라야 조심해야지 창 밖으로 방사능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마저도 방사능으로 노크하는 세상이라니 언제 누구나 다 이상해지면서 살아가는 본능적 환경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두려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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