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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보리밭 샛길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513 등록일: 2011-04-06
보리밭 샛길로
 海 月 정선규

보리밭 샛길이 된 바람이
살랑이는 걸음으로 가는데
필리리 필리리 피리 소리가
뒷발굽 아래 피어오른다

누군가 자전거에
피리부는 광대를 태 끼고
고향 보릿고개 연주로 넘어서는데
추억의 서랍 속이 들썩여 나온다

등가죽과 배꼽이 배고픈 설움으로 밀착해
눌려진 밥통이 찌그러진 채 허리 굽어 오고
물만 안쳐진 쌀 없는 뱃속은 텅텅 메아리 울리는
터널 속 고물로 여물어 간다

목구멍은 바람 채워진 풍선 하나로 가득한 추억의
생각이 몰아져 두 볼 줄 그어 내리는 눈물 선은
소리없는 뱃고동으로 울려오고 시체도 없는 산만한
배 무덤은 잊힐뻔한 옛 보릿고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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