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고 꽃샘추위도 가물가물해지면서 점심 후이면 그분이 아주 천천히 임하십니다 우리는 그 숭고하고 너무 조용하신 그분의 품위에 따라 말없이 묵묵히 묵념하다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져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목이 부러질뻔하는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한낮에는 확실히 더운 것이 초여름 날씨가 되어 어떤 이들은 벌써 반소매 입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초여름 무더위인가보다 눈치고 나니 하나 보탬도 안 되는 땀은 피부 속에서 탯줄을 끊고 미끄러지듯 나오려는 것을 음미하는 동안에도 정신없이 졸음은 소복하게 내려왔습니다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활짝 기지개를 켜며 앞을 보니 모르는 젊은이가 의자에 앉아 하염없는 묵념을 누군가에게 골똘히 올리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저러다 앞으로 쓰러져 다치겠다 싶어 젊은이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러다 앞으로 넘어지겠습니다 차라리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볼일 보고 와서 진료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심스럽게 권유를 하니 눈을 부릅뜨고 금방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말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가 지금 내 알 깼어요 좋은 꿈 놓쳤잖아요 내 잠 속에 꿈이 노랗게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세요." 나는 놀랐습니다 젊은이의 표현이 매우 신선하면서도 살포시 내 안에 들어와 다소곳이 들어앉아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아세요 나를 깨세요 시알을 가져가세요" 매우 애교가 철철 넘치는 음성으로 시알의 부뚜막이 된 내 마음을 울렸습니다 "시알이라. 그래 시알은 깨는 것이 아니라 품는 거야 이 친구야!." 생각하며 아니 벌써 시알을 주머니 속에 넣어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 닳아 없어지도록 더도 덜도 말고 늘 이렇게 모든 일상은 시를 부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큰 욕심을 태양처럼 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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