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술을 좋아하시는지 형님은 술을 밥보다 더 좋아하면서 기분 좋게 즐깁니다 소주 한 병이라면 저녁 식사 한 끼 해결이고 막걸리 한 병이면 아침 해장으로 든든합니다 술병만 봐도 어쩔 줄 모르고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촉촉이 적시어 금방이라도 입안으로 말아들 일 듯이 보입니다 형님과 형님 친구분 몇몇이 대전역전시장 농수산물센타 노상에 커피 판 벌이는 길 다방에 앉아 여기저기 채소가게 채소에서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 풍기는 풋풋한 산 향기에 상큼한 인생을 말하다 언제 조용히 어디로 사라졌는지 형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쉰 목소리에 점잖게 생긴 허씨 형님의 만담은 구수하면서 그럴듯한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디 갔을까나. 어디를 갔나?" 점점 궁금증이 달아오르면서 모든 관심이 형님에게로 쏠리는가 싶을 때 한씨 형님은 내게 물었습니다 괜히 나는 도둑질하다 잡힌 사람처럼 느닷없이 놀라고 있었고 어디 간다. 말 한마디 못 들은 터라 딱히 이를 말이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답지 않은 대답을 내려놓자 한씨 형님은 실망한 듯 "알았어" 대답할 때 옆에서 노씨 형님이 거들었습니다 "어! 막걸리! 막걸리 어디 갔어?" 지금까지 우리는 형님이 막걸리가 되었다는 결정적인 사실을 모르는 터라 진짜 막걸리를 말하는 줄 알고 "막걸리 우리가 언제 막걸리 먹고 있었나? 처음부터 막걸리는 없었어." 의아한 표정의 말이 튀어나오자 한씨 형님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 우리는 다들 "아하!" 하면서 크게 웃었습니다 웃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무렵 나는 아주 점잖게 말했습니다 "따 보지도 않은 막걸리가 언제 다 새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마실 걸 정말 아까운 사람인데." 말이 땅에 떨어져 흙이 묻기도 전에 모두 웃고 말았습니다 다 웃고도 허씨 형님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참 누구 말대로 금방 같이 길을 가다 누구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는지 안 보이다가 어느 주머니 속에서 나왔는지 앞에 걸어간다더니 꼭 그 짝이네" 왠지 서서히 불똥이 나한테 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오는데 전혀 말이 없던 김씨 형님이 적중시키고 말았습니다 나를 바라보면서 "자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온 동네 사람 주머니는 다 자네 것이라면서 누구보다 그 길을 잘 알겠구먼. 빨리 가서 데려와" 참말이지 난감했습니다 "김씨 형님 번지수가 다릅니다 저는 우리 동네 두 실밥 터진 주머니 속이 내 번지이지만 그 형님은 누구네 양조장 어느 술독에서 나왔다. 몰래 들어가는지 저도 모릅니다." 길 다방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해 저물어 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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