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키는 아주 작고 몸은 아주 아담하면서 미소가 흘러넘쳤습니다 얼마나 신 나면 저럴까 싶게 한 마디 한 마디 주절거릴 때마다 신들린 몸을 주체할 수 없음인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방향을 쫓아 한들한들 일렁이면서 한 모금 커피에 젖으며 말했습니다
"오늘 가양동 우송대 앞 어느 빌라 앞에 가는데 누군가 내놓았는지 옷 한 상자 있는 거야 나는 남이 가져갈세라 얼른 주워 집으로 가지고 왔지 그리고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상자 안에 있던 옷을 다 꺼냈어. 왜 그야 뻔한 것 아니야 대략 열 벌 될 법한 옷을 다 꺼내어 호주머니마다 모두 수색을 했지. 얼마를 했을까 옷 한 벌에서 천 원짜리 석 장이 나왔어 이게 바로 부수입이지 천 원을 커피 빼 먹고 이천 원은 담배 샀지 고물은 이렇게 하는 거야 하하하"
그는 흠뻑 자랑에 취하여 흥분의 고조를 넘어 홍조 빛 홍시로 무르익어가듯 점점 빨아들이는 감흥에 겨워 웃는 얼굴은 세상 어느 빛보다도 환한 동그라미를 뚜렷이 그리고 있었습니다 고물 줍다 이루는 그의 행복이라니 행복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행복의 일 촌이라 엿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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