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입니다 내가 섬기는 대전제일교회에서 남해전원교회를 선교하고 있는 터라 일 년에 한 번씩은 바나 바 남선교회와 바울 남선교회를 통해서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주5일 근무가 시행되면서 토요일도 휴일인지라 웬만한 직장은 쉬는 곳이 많았습니다 부득이 예배 있는 주일을 피해 토요일을 선택해 갔습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아빠가 남해전원교회를 간다 하니 생각하지 못한 꼬마 손님들도 아빠 뒤꽁무니 쫓아 길을 나서기도 하고 엄마가 바빠 아빠가 아이들을 맡아야 하는 상황 때문이라도 데리고 나서야만 했습니다 우리네 공주님 왕자님 다 모시고 싱그러운 출발을 했습니다 얼마를 달렸을까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남해대교가 보이더니 차는 어느덧 남해대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네 공주님 왕자님들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가장 예쁜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자더니만 누가 깨울 것도 없이 일어나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해를 바라보며 "아빠! 바다야! 아빠! 바다야!" 묻고 또 물었고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와! 남해다. 가슴이 탁 트여서 좋다" 어린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부끄러움 한 점 없이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소리소리 높였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차창 밖으로 위험하게 손과 얼굴을 빼면서까지 강한 몸부림을 치며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그것도 한순간이던가 싶게 차가 남해대교를 다 건널 무렵 뒷좌석에서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나! 우리 어디 가" 동생이 누나한테 물었습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꼬마 아가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남해교회 가" 잠시 말이 끊어지는가 싶게 침묵이 새어 들어오더니 장독 깨는 양 동생이 다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에 교회 우리 교회 안 가고 왜 남에 교회 가" 누나는 동생이 귀찮다는 듯이 야무진 목소리에 조금은 높아질 듯한 억양으로 "남에 교회가 아니고 남해교회 간다고"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동생은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안 가 우리 교회 갈래" 동생의 말에 속 터지는 누나는 가방을 열더니 뒤적뒤적 공책을 꺼내어 이렇게 썼습니다 남에 교회가 아니고 남해교회 그리고 동생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살포시 지은 표정에 미소를 뿌리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우리는 지금 남해대교는 잊고 남에 다리를 건너고 말았구나" 이래서 아이들에게 배운다고 하는가 봅니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되는 말의 습성 내지 오용과 오염을 알게 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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