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나무가 되어 줄게
이제 조금 있으면 4월이 오고
4월에 붙어 공생하는 춘곤증이 따를 것입니다
꼭 점심 식후에 공부를 혹은 일하든
하다못해 책 한 줄을 읽더라도
눈치가 없는지 아니면 주책이 없는지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 온 힘 다해 춘곤증이라는
이름을 명성으로 얻었으니 살아 있다는 삶의 증
거를 가지고 시절을 쫓아
온전히 이루어가는 뜻있는 곳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언젠가 저도 학교에서 공부하다 졸았던 적이 있습니다
춘곤증이 물밀듯 새어 들어오는지라
더 견딜 수 없는 잠이 새록새록 들어오는데
눈은 감기고 선생님께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하여간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으로
이를 악물고 견디어내고 있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속삭여주었습니다
"자! 고이자! 내가 네 나무가 되어 선생님께서 볼 수 없게
가려주고 네 그늘이 되어 시원하게 잘 자게 해줄게"
순간 나는 잠이 확 깨었습니다
내 나무와 그늘이 되어 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면서 마음은 넉넉해졌습니다
언제라도 나는 자고 싶을 때면 안심하고 친구에게
나를 맡기고 잘 수 있다는 그 만족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넉넉해져 흐르는 전율에 사로잡혀 잠이 오는 감을 알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몸으로 흐르는 전율이 춘곤층 보다 더 센 전류를 동반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가 맛볼 수 있는 행복의 가능성이 아니겠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