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람은 서로 입이 다르거나 혹은 서로의 입맞춤인가 봅니다 오늘 모처럼 삽을 들고 마당에 꽃 나무를 심네 하고 안 하던 삽질을 해서 그런가 아직 점심때는 멀기만 한데 배꼽시계는 꼬르륵 젓가락에 라면을 끗발 있게 말아 먹듯 쫄깃하고도 끈끈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이웃집 꼬마가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옆에서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이 녀석 귀가 얼마나 밝은지 내 배꼽시계가 창자 골목에 빠지는 소리를 듣고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리와 보세요." 하는지라 서슴없이 가까이 갔더니 내 배에 가만히 귀를 들이대어 놓고는 "아저씨 배에서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려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황당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꼬마 얼굴만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습니다 "이 바보야! 너는 뱃속에서 나는 소리와 게임하는 소리도 분별 못하니" 나무랐습니다 하지만 꼬마는 굽히지 않은 채 "맞아요. 게임에서 총 쏘는 소리가 나요" 순간 나는 생각났습니다 김 다 빠진 총이 꼬르륵 힘 빠져 날아가는 소리를 말입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겼는데 생각하다 보니 벌써 말이 되어버린 소리 사람과 말처럼 궁합이 잘 맞는 관계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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