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海月 정선규
암탉이 그 날개 아래 새끼
모음같이 파랗게 거둬들이는
새벽은 만선의 기쁨으로
3월에 근속 된 꽃샘추위 달리한 채
눈치 밝은 서 광장은 살짝 토라져 짐짓
밤 이슬 모금 아 싱그럽다 싶으면서도
상큼하고 발랄한 희열의 채근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신선한 새벽 공기 그 하얀 결은
집채만 한 파도처럼 치솟아올라
가늠할 수 없는 파도의 능선을 타고
어슴푸레하면서도 새치름 해오는
새벽을 돌아서니 눈 가랑이 사이에서
깜빡깜빡 죽을 듯 살듯이 오락가락하는
전광판 시계의 열정으로 뛰는 오르가슴이
출렁출렁 혈압으로 올라오는 증상을 만끽하고 만다
번질나게 드나들던 썰물에 씻은 듯이 쓸려나간
대기실은 숙연한 새벽을 당겼다 놨다 헤매는 사람이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더는 참지 못할 묵념을 하고
발아래 플랫폼에서는 6시 10분 KTX 첫차 김 빼는 소리에
먼 여정을 보듬어 아들과 함께 탑승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주 익숙하다 싶더니 대전역을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 지경으로
넓혀주는 우주의 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