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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부부싸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103 등록일: 2011-03-07

부부싸움

충청도 사내와 경상도 색시가 서로 매우 좋아서
애틋한 사랑으로 동트는 무렵 에덴의 동쪽에서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행복으로 흘러 돌돌 거리는 은어로
새어나왔고 둘은 한시도 떨어져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만큼
사랑도 더 뜨거워만 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 결혼 한지 몇 개월도 못 되어
회사 사정으로 1개월간 외국 출장을 간다고 하자
아내는 한참 신혼의 단꿈을
꾸어야 하는 꿈의 여정 앞에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던 아내가 화내면서
부부싸움의 실마리가 되었고 말다툼하는데
남편은 "자기야 내가 미치겠네. 왜 그려"
하고 묻는데 경상도 아내는
"와 하필이면 자기가 가노. 외국 출장 가면
나 혼자 어케 있으라 말이가 "
따지는 경상도 사투리는 말끝을 똑똑 잘려나가는
강한 매력을 불태우는 감성의 자극으로 다가오고
"회사의 명령인디. 자꾸만 날 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디
어디 거시기 속 시원하게 말 좀 해봐유"
아내를 달래는 충청도 사투리는 어디론가
질질 끌려가다 못해 끌려가기도 전에 마냥 흐느적거리거나
좀 더 하다면 출렁이므로 느끼한 말의 파도 타는 감성으로
자극해왔습니다
억센 경상도 아내와 순하디순한 느린 말이 담 넘어가는
능구렁이 같은 충청도 남편의 말에 대한 멋은
오래 들어서 익숙해지더니 급기야는 노련미를 돋
보이며 귓전으로 묻어나는 캐러멜 빛처럼 감미로운
착각으로 응시하는 두 사람의 부부싸움은
두 갈래 갈림길에서 갈라져 갈 듯하면서도
하나로 섞여 감칠맛으로 배어 나오는 언어의 비밀을
보장하는 그래서 또 듣고 싶은 아쉬움을 자꾸만
생기면 터지는 비눗방처럼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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