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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담쟁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4191 등록일: 2010-09-20
담쟁이 海月 정선규
할머니와 담쟁이는 어떤 사이일까?
눈만 뜨면 시뻘건 화기를 내뿜는 담쟁이
지난여름 무슨 속을 어떻게 썩었기에

조금만 더 있으면 살가죽이 터질 것 같은
참는 얼굴빛에 타오르는 화기 스며들어
얼마나 힘주어 참는지 조인 모습이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인생의 아름다움은
해 질 녘의 꿈 꾸는 황혼인지라 베푸는 사랑을 고집하며
인내하고 기다리며 살았던 할머니 생각나게 한다

가을이면 담쟁이 좋아하셨던 할머니
사람의 마음이 타면 어디까지 타겠느냐며
이 담쟁이만큼만 타고나면 그 잎은 지나니

곧 말년이니 젊어서 새살림을 차려 집 나간 할아버지
신세 병들면 그토록 담벼락처럼 기대어 살던 여인네 잃고
조강지처 찾아 돌아올 것이라며 할머니는
담벼락에 기대어 살던 담쟁이를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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