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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향 여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239 등록일: 2011-02-21
고향 여름
詩/海 月 정선규

검은 숯덩어리 불살라가는 밤이
우리 동네 어귀로 터져 들어오면
진한 먹물 삭혀 붓끝 노련하게
수묵화 한 폭이 그려진다

낮을 밤으로 접어들어 가는 하늘 위
금빛 달탱이 담아 보름달로 우려 내는데
동네 아저씨 팔광들어 어둠 판에 고도리 치니
첨벙 논으로 뒹굴어 들어가는 보름달이다

목걸고 빠꼼히 물 밖으로 얼굴 내밀어 나오면
개구리가 놀라 화들짝 왕방울 단 두 눈 끔뻑여
개골개골 우악스럽게 금쟁반에 굴러가는 진주 알
소리로 폴라당 달려들어 머리 들여 받아 화풀이한다

올여름 밤
내 고향에선 또 어떤 이야기들이
뜨겁게 익혀져 내놓아져 있을는지
끝없는 미련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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