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사노라면 때로는 힘들고 우울한 날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잔뜩 젖어들어 무거운 침묵으로 굳어질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나만 이럴까 왜 하필이면 나인가?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침울한 일상을 보내곤 하는데 이러노라면 나는 산책을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습니다 이날도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이유도 없이 마음이 온종일 무겁고 구름 낀 하늘처럼 어두운지라 거리로 나섰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한쪽 나사가 빠져버린 듯 모자란 모습으로 따 박다 박 징검다리 건너듯 땅을 다독이며 걷고 있었습니다 얼마를 가다 보니 대략 5살이나 되었을까 한 꼬마가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큰 소리 내 우는데 옆에 개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꼬마의 얼굴은 눈물이 뒤범벅된 채 장마철을 연상하게 할 만큼 질퍽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개는 제 주인의 슬픔을 아는지 어린 꼬마의 얼굴을 혀로 핥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게 보여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보기와는 달리 꼬마는 울음을 그치기보다는 더 크게 우는 것이었으니 그때야 나는 눈치를 챘습니다 개가 얼굴을 핥자 꼬마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핥았는지 꼬마의 얼굴은 온통 개의 침이 흥건했습니다 개와 꼬마를 떼어놓고 바라보니 얼마나 웃기던지요 개는 개이고 꼬마는 꼬마일 뿐이니 그냥 서로에 대한 존재의 차이랄까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니 역시 진리는 변함이 없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물은 물이로되 산은 산이로다 라는 말과 같이 물은 물로써 산은 산으로써 고유적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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