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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너 어디 있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362 등록일: 2011-02-16
너 어디 있어

이제 땅이 기지개를 켜면서
막 잠에서 깨어나는 몸짓으로 푸석푸석한
봄 인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밥 옆구리 터지듯 땅은 옆구리 터지듯
시나브로 새 기운에 취하면서 이글거려 갑니다
이럴 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언덕 위에
막걸리 집이라도 차린다면 왠지 대박 터질 것 같은
설레는 마음은 철부지 소년의 맑은 꿈처럼 피어납니다
막걸리 한 사발에 건 하다고 하더니 꼭 막걸리를 마신다고 해서
건 한 것이 아니고 이 꿈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건 해져 여기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도 모르고 구름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때 손전화 벨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지금 너 어디 있어."
친구의 투박한 목소리가 질퍽거려 오고
나는 탄성을 지릅니다
"아! 너 이런 기분 알아. 어디냐고 나도 몰라
그냥 봄의 남자가 되고 말았어. 다시는 나 찾지 마. 아~"
나는 봄으로 삽입되는 한 남자의 흔적으로 남아가면서
전입합니다
"나 지금 봄에 와 있어
봄은 무의식 속에서 흙으로 자기실현을 하고 있어
하나의 생명이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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