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는 것이 바쁜 것인지 많이 피곤했던지라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꿀단지 숨겨놓은 곳 찾아 들어가듯 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혹여 정거장을 그냥 지나쳐 갈까 염려가 되어 눈만 감아지고 잠은 얼씬도 못하고 얼굴에서 서성이다 쫓겨갈 것인데 어찌나 피곤이 화살 날아오듯 쏟아져 적토마처럼 꽂히던지 생각할 틈도 없이 군중심리에 이끌려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데모를 하는지도 모른 채 휩말려 데모하듯 그렇게 도맷값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아무런 감각도 없는 잠만 깊어가고 빠져나올 기미를 안 보이니 이를 어쩔까 다행히 그동안 아침마다 정해진 손님으로 타고 다니던 버스라 낯익은 운전기사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서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떡이 되어 잠든 나를 안쓰럽다 싶게 바라보시고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긴 잠에서 쉬었다. 어설프게 일어나 아직은 눈앞이 아득하기만 해 반쯤만 올라간 눈꺼풀의 빈 틈바귀에 꽉 끼인 유리창처럼 아침 햇살이 비집어 들어오고 뒤따라 아저씨의 희미한 얼굴이 알 동 몰을 동 스며들어오면서 이따금 생기는 말이 "아저씨 여기에서 내리시는 것 맞지요" 나는 간신히 눈을 떴으나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희멀건 하게 잠에 취한 말투를 가지고 "예" 하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도 안 하고 말입니다 아저씨는 내 어깨에 봄비가 내리듯 토닥토닥 내리시면서 "아저씨 다 왔어요. 내리세요." 하는 말에 나는 정신이 바짝 들어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정말이네 하는 심정으로 바쁘게 버스에서 내렸는데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은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든다." 말에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이 마음으로 걸러졌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후회가 시작되는 괜히 잤다 싶기도 하고 조그만 참을 걸 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늘 일상을 조심한다 하면서도 조심하지 못하고 마음의 생각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누군가에 들켜버린 느낌에 이런 것이 사람의 마음이구나 하면서 연약한 육신의 탓인 결과인지 연약한 정신의 탓인 결과인지 생각이 일상으로 분절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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