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년 전에 야베스 공방에 취직했었는데 어느 날인가 가을 아침에 금방이라도 폭포수가 떨어질 듯 어둠이 꾸물꾸물 깔렸었습니다 온통 방 안이 칠흑 같아서 여느 날과는 다르게 불을 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침 7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창문을 열고 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린 채 해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씻고 밥을 먹고 여느 때처럼 출근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와 주변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까 같이 일하는 아저씨였습니다 나는 "형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형님이 2등이시네요." 하고 말을 건넸지요 나는 형님이 꽤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이런 뜻밖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야 나 미치겠다" 하기에 나는 "왜요" 하고 물었는데 형님은 그럴 만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형님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주위가 아직도 캄캄한지라 아직도 밤이라고 생각하고 더 잠을 청하는데 쉽게 잠을 들 수 없어 엎치락뒤치락하다 얼떨결에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었더래요 순간 이럴 리가 없어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안개 낀 장충동 공원을 회상이라도 하듯 희끄무레하게 아침이 밝아오는지라 아차! 이거 늦었다 싶어 씻지도 못한 채 아침밥 걸러가면서 집을 뛰쳐나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차창 밖을 보니 어둑어둑한 것이 아직 이른 새벽인가 하여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차를 이번 정류장에 세워달라고 말해서 내려서는 산책하듯이 천천히 걸어오려고 하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나 하여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더니 이런 아침 8시가 넘었더라래요 그래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왔다는 것입니다 나는 형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인생에 속는다면 이렇게 속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소망이 내게 습관처럼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참 간사한 자의 꿈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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