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 몹시 배가 고팠습니다 아침 식사를 했는데도 뱃속에서는 돌돌 거리는 시냇물이 굴러내려 오듯 울었습니다 순간 벌써 점심때인가 하는 마음에 손목시계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시침을 아직 반나절을 지나 아직도 반나절을 더 측량해야 했습니다 평소에 고추장과 간장에 푸성귀를 벙글이어 먹던 내 눈앞에 하얀 쌀밥 위에 빨간 고추장이 엎질러지고 까만 간장이 철썩 달라붙으면서 푸른 푸성귀가 뒤엉켜 버려 풀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30분을 참아야 하는데 군침을 낡아지는 천처럼 쉼 없이 과잉생산으로 입안을 감돌아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결국 참다못해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먹통에 먹을 들이붓는다고 누가 잡아가지는 않겠지!" 커다란 양푼을 꺼내어 푸성귀를 넣은 내 손은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칭얼대기 시작하더니 제대로 비벼졌는지 말았는지 알 시간도 필요없이 수저가 첫 삽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밥통을 지키는 거야. 그래 밥통에 질이 무너지지 않게 지키자"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보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정말로 내 통이 커져 있었습니다 또 한 끼 먹었다는 것에 희망을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니 왼쪽 볼에 밥풀떼기가 돌연변이 유전자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살다 보니 인생이 나에게 밥풀떼기도 맡겨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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