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그날 아버지께서는 양지 드는 텃밭에 감자를 심고 계셨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을 고생시키지 않으시려고 아무리 힘이 들고 땡볕 아래 그 육신이 다 타들어가도 절대 밭일 논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식이 귀했던 것입니다 들으면 터질까 ? 놓으면 깨질까 ? 그렇게 아끼셨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우리 형제가 8남매였는데 그 많은 자식 낳아 홍역으로 약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시고 잃고 물에 빠져 죽어 잃고 하셨다니 그 얼마나 마음에 한이 많으셨을까요 그래서 그날에도 아버지는 텃밭에 홀로 감자를 심으시며 한마디 말씀 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자태만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아버지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내 호기심이 오랜만에 발동하는 바람에 사고치고 말았습니다 집 안에는 아버지께서 가지고 나오신 감자, 말고 어머니께서 찌어 먹을 생각으로 빠뜨려놓은 감자가 있었으니 나는 얼른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가 남아 있는 감자를 몽땅 가지고 나와 아버지가 말릴 틈을 주지 않고 신 나게 텃밭에 주섬주섬 묻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감자를 다시 밖으로 걷어내셨습니다 순간 나는 이런 아버지가 너무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삐쳐서 아버지와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는데 아침에 난리가 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오늘 점심에 찌어 먹으려고 남겨 놓은 감자가 없어졌다고 찾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뜨끔거리고 아버지 눈치가 뵈는데 아버지는 씽긋 웃으시면서 "아들 잘 둔 덕에 오늘 점심은 밥 먹겠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 사랑은 금방 들통 나지 않으면서 진하게 향기로운 것이 지긋하게 오래도록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감자꽃 필 무렵이면 아버지 사랑은 갇힌 때를 따라나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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