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혼자서도 어린아이처럼 잘 놀다가도 불현듯 입에서 무엇인가 당길 때 있습니다 누가 맛있는 것 사준다고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물으면 막상 딱히 생각하는 것이 없어 "아무것이나요" 혹은 "글쎄요" 막연한 대답만 앵무새처럼 쪼아릴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나를 말할 때 참 가리는 것도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 좋다는 그 비싼 소고기도 먹으라고 갖다 주면 "나 이거 안 먹는데" 하고 "돼지고기 삼겹살 먹자고 하면 "그거 나 두어 점 먹어" 시큰둥한 대답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에는 우리 어머니께서 폐병으로 아주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면서 몸에 좋다는 고기는 다 먹었기에 나는 어머니 옆에서 물끄러미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활활 타는 아궁속 불이 사르르 고기를 녹이면 어머니는 솥뚜껑을 열고 김이 풀풀 나는 고기를 꺼내어 도마 위에 차곡차곡 올려놓고 또박또박 다듬이질하시듯 다 익은 고기를 칼로 다독이시면 언제나 배가 터지도록 실컷 질리도록 정신없이 집어 먹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식성이 많이 바뀌어 고기보다는 채식을 위주로 하여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습관처럼 줄기차게 맥으로 이어져 온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토종닭인 양 얌체 짓을 했습니다 고추장 된장은 산 것보다는 집에서 메주 쒀서 직접 만든 것을 좋아해서 김치 조각 하나 없이도 밥을 두어 그릇 금방 도둑질했었습니다 그리고 부침개 호떡 떡볶이 수제비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이라면 어른들 말씀대로 사족을 못 씁니다 때로는 밤을 새워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생각이 나면 자다가도 일어나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특히 부침개는 뒤집을 때 아주 멋있게 프라이팬을 들고 치 까부르듯 까불러 넘기려다 발등에 다 쏟아버리기도 합니다 먹고 싶은 욕망에 눈이 어두워 한겨울 꼭 이맘때에 포도가 생각이 나서 슈퍼에 가서 깡통으로 나오는 포도 주스를 사다가 먹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욕망이라는 것은 먹는 것에서부터 시나브로 자신도 모르게 그 영역을 벗어나 지경을 넓혀가는 오묘하면서도 가장 친근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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