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작은 교회를 다니며 믿음생활을 하고 있었던 시절 교회가 작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도의 숫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터라 전도사님을 비롯한 나하고 자매 한 사람하고 10월 말 어느 가을날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여간 금산에 칠백의 총으로 가을소풍을 떠났습니다 비록 좀 쌀쌀한 감을 가진 바람이 불고 어디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어렴풋이 코끝을 찔러 아주 얄밉게 간질이고 진입로의 코스모스는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주름잡아주고 몇 마리 안 되는 고추잠자리가 마지막 안간힘으로 한 번이라도 더 꽃잎과 마주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앞에는 자매와 전도사님이 한 쌍의 그림같이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고 나는 뒤에서 걸어가며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었습니다 전도사님이 자매한테 "자매님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참 좋지요" 그러면 나는 뒤에서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그러면 그렇지그려" 하고 자매가 "맞아요. 역시 밖이 좋긴 좋네요" 하면 나는 또 뒤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아주 노래까지 하면서 흥을 돋우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앞에서 누구도 호응을 안 해주니 이거야 원 참 정말 재미가 없다 싶은 마음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뒷짐 지고 따랐지요 얼마를 그렇게 가다 갑자기 앞에 가던 자매가 뒤를 돌아보더니 전도사님한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도사님 어디 갔어요?" 전도사님은 얼른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나의 운이 나쁜 것인지 전도사님의 착각인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면 봤을 것을 쯧쯧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보는 바람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화장실 갔나?"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말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난을 쳤습니다 "내 여기 있는데요"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면서 서로 말했습니다 "키가 작아서 안 보였네" 나는 기가 막혔고 두 사람은 나를 실실 놀렸습니다 이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나는 얼른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키 큰 사람은 언제나 기둥만 보이겠네요" 참, 말이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깔스러움과 구수한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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