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이면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습관 사색의 버릇이 나에게 있습니다 작가라면 다 그럴 것입니다 밤이든 낮이든 앉으나 서나 늘 어떤 사물을 보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비유하여 은유적으로 철학을 빚어내어 작품을 구상하고 또 고치고 이렇게 함축시켜 보기도 하고 혹은 저런 사유를 넣어 보기도 하면서 어떤 시어가 좋을까 어떤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희망으로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자신들의 일과 자아성찰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뇌에 빠지곤 합니다 이러다 보니 늘 작품구성으로 말미암아 잠도 푹 자지 못한 채 자다가 미친 사람처럼 일어나 컴퓨터 앞에서 밤 을 지새우고 볼일보다 가도 이거다 싶은 시상이 들어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나와 메모하고 표시하면서 다시 확인합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 보면 일하는 것도 놀고 밥 먹는 것도 다 잊거나 그 시간이 아까워 뿌리칩니다 무슨 망상에 사로잡힌 듯 신들린 사람처럼 벌떡벌떡 일어나 펜을 찾고 메모지를 부릅니다 시상이 생각났을 때 기회를 놓쳐 잊어버리거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잡은 생각을 꼭 붙들어 매어놓기 위해 그 즉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런가 하면 싱크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시상에 사로잡혀 전기톱에 손이 잘린 뻔 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고 맙니다 어쨌든 창밖에 비가 내리는데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더군요 그런데 난데없이 친구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지 뭡니까 서정에 고이 잠겨 머물던 나는 순간 작업에 방해를 받았다 싶어 화를 냈습니다 "야! 비 오는 날 날 굳이 하느냐 저 고개 넘어 빨간 우산을 쓰고 우리 집 쪽으로 내려오는 아가씨도 아니고 웬 노총각이 끼어들어" 친구는 지지 않고 대답하더군요 "야! 풍경에 꼭 빨간 우산을 쓰고 언덕을 내려오는 아가씨만 있으란 법 있느냐. 때로는 추남도 있어야 구색이 맞는 거란 말이다" 순간 나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 가을이구나! 가을이 왔어." 혼자 중얼거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때 친구가 외쳤습니다 "이제 내놔 " 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리둥절했지요 "뭘" 하고 반문했습니다 이에 그 능청맞은 친구는 "내가 너한테 가을향기를 줬으니 그 값을 내야지" 그 친구를 바라보니 눈에서는 능글능글하고 느끼한 맛이 두 눈동자에 버무려져 반짝반짝 빛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나는 다시 반격했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비 오는 풍경에 불청객으로 뛰어들어와 서정을 망쳤으니 그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래" 넌지시 한 마디 던졌습니다 친구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 사람에게 향기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서로 부대껴가며 살아가는 흔적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흘러나와 일상에 베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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