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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햇살 아래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402 등록일: 2011-01-05
햇살 아래 海 月 정선규

들녘으로 향하는 유리창 넘어
토닥토닥 등줄기 두들겨 겨울 쫓는
푸근한 소식이 전해오면
촉촉한 머리에 푸석한 모자 푸르게
뚫어 하늘이 뿌리는 조미료 같은
햇볕에 은빛 여울 파릇파릇한
전율이 얼어난다

4월은 풀꽃 교실
여기저기 따뜻한 햇볕이
커다란 칠판 왼쪽 모퉁이에
떠든 사람
뒷동산에 앉은 산골 소녀 진달래
영철이네 집 울 밑에 앉은 개나리
저기 오솔길에 앉은 목덜미 하얀
이름 모를 야생화 낙서를 하고

덕지덕지 그들의 온몸에 화하게
싸질러 달라붙은 볕 알은 하얀 햅쌀
은단향 반딧불 몸속에 화하고
불어넣듯 싸아 일어나 눈부시게 밀려와
아롱아롱 깨어지는 여울소리에
견디다 못 해 지그시 입술 깨무는 격에
배시시 솟아오르는 봄 처녀 떨리는 미소가
포근한 우윳빛 곰 삭히는 내 마음은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온유한 진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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