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째 토요일 사람들이 가을 여정 속으로 도착한 대전역 나오는 곳 단상을 내려오면서 행복한 방언을 왁자지껄 나누며 소담한 광장 안으로 쓸려 내려 금상과 중전이 머무는 궁궐 한 채 금방 지었다 허물어 간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했던가 싶게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뒤엉킨 틈바귀에서 짙은 담배 연기가 누군가의 입술을 떠난 말이 뜨거운 군중심리 반영한 듯 함축시킨 열기를 피워올려 코앞에서 누가 표백하는지 하얀 옹기점으로 오톨도톨 박음질해 하늘과 땅 사이 똑바로 입혀지는가 싶더니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며 아른아른 길 떠나는 뒷모습으로 시야를 벗어난다
대전역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 영재네 아빠. 엄마. 고 모. 할머니 다복한 가정으로 옮겨 가고 혹은 끌리는 연인의 자석으로 가득하나! 사랑 실은 남자 친구 옆에 꼭 달라붙어 손수레 잡고 밀고 당기듯 은근히 뽀스락지 여자의 마음 사위어 가고 그도 아니면 다정한 친구의 어깨 빌려 나란히 엮어 삼삼오오 모락모락 피어 가지만 가을 필통 속 낱개로 나뒹구는 연필처럼 한 사람 두 사람 세포분열 일으켜 갈 길 찾아 떨어지는 질곡은 짙은 담배연기 속에 흐려져 가고 부들부들 유순한 향기만 자욱이 끌린다
차가운 광장 시멘트 바닥에 가늠도 못 하게 술 취해 넘어져 자는 사람에 걸려 휘돌아 빼져나가야만 하더니 털 푸 덕 종이상자 찢어 깔고 앉아 광장 길목에서 장기 두는 노인네들 옆을 김밥 옆구리 터트리는 소리로 비켜가니 광장 나들목에 예의 없는 누군가 세워놓은 오토바이와 맞선을 보다시피 눈 마주치고는 퇴짜 맞은 듯 휘적휘적 맷돌 잡아 돌리듯 돌아 나간다
나는 담배연기 속에 은둔한 채 작은 구멍 난 마음의 창으로 빨래하는 누나의 어깨 위로 걸친 하얀 어깨 끈을 보듬다 이윽고 실오라기 얇은 천 어깨에 두르고 용암사에 앉아 있는 부처를 만나 부드럽게 어깨로 빗어 흘러 넘긴 선율 아래 그 능선에서 헤매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호숫가에서 온몸으로 스며드는 물 안개 뒤집어쓴 채 살갑게 일어나는 닭살에 뭉클 피는 거품 옹기점에 샤워하다 언제 봐 두었는지 모르게 나무 아래 츠근츠근 하얀 날개 돋쳐 있는 아지랑이 그 사람에게 날개옷 지어 입혀 선녀 만드는 행복한 신선놀음에 해 떨어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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