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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첫눈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759 등록일: 2010-12-11
첫눈

어제 첫눈이 내렸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살포시
단지 덮듯 살짝 대지를 덮어 뚜껑처럼
앉아서 낮에 빛나는 별의 탄생으로
요리조리 햇살과 눈을 마주치며 빛났습니다
여기저기 반짝이는 것이 징검다리 놓이듯
한별 건너 한별이 수북하게 쌓여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착각에
얼른 피하려 뛰어가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꼭 어디론가 뛰어야만 직성이 풀리게 하는
날씨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얀 볕 알을 마주한 채
신비로운 가슴으로 떠올리는 하얀 햅쌀 밥에
햇살 입어 화하게 입안 가득 채워지는
생각하지 못한 즐거움에 해지는 줄 모르는
하루는 수곰 한 마리가
등산객을 발견하고 위협적으로 다가가 오다 맞은 편에서
서성이고 있던 암곰을 발견하고는 발길을 돌려 암곰에게 가니
위협을 느끼고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던 사나이가 말하기를
내가 무서워 곰이 도망간다고 말한 표현을 빌려 봅니다
오늘 하루가 나를 만나 무서워서 이렇게 빨리 사라져가는
별의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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