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맛/海 月 정선규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참나무 무성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떨어진 묵은 잎으로
숨겨놓았던 다람쥐 식량이 들통나고
보물찾기는 너무 쉽게 끝이 난다
작은 뽕나무 발아래 살그머니
다가가 안개 벗기려 보니 풀잎 이슬의
영롱한 눈빛으로 인 박힌 아름다움이 아까워
외면하는 마음으로 발길 돌리고
하얀 목덜미 빼어난 야생초가
임 기다리다 새벽녘 잠들었는지
향기나는 잠꼬대 투정으로
날 좀 봐요. 그럴싸하게 유혹한다
아뿔싸 모르는 척 자리를 뜨려는데
돌돌 매끄러운 맷돌 돌리는 소리가 들려
발길 따라가니 가슴팍으로 흐르는
계곡물에 가락국수 삶아 놓은 듯이
졸졸 풀려나가는 물결이 입안으로 후루룩 켕긴다
아! 배부르다 싶어 하산하니
뒤뚱뒤뚱 오리걸음 신세가 되었으나
맛깔스런 산행을 음미하는 단잠으로 치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