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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지워지는 사다리 치우는 사다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783 등록일: 2010-11-19
지워지는 사다리 치우는 사다리

우리 옆집에 갓 유치원에 들어간
꼬마가 있습니다
생긴 것부터 아주 똘똘하고 범상치
않게 생겼습니다
인물이 잘나면 인물값을 하고
몸매가 좋으면 몸매 값을 한다고
벌써 세상을 이끌 범상치 않은
인물값을 하려는지
한 날은 꼬마가 유치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엄마한테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엄마 사다리가 지워졌어요
이제 어떻게 해요"
엄마는 아이가 사다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했습니다
"병도야! 사다리는 지우는 것이 아니란다
저기 처마밑에 쳐진 거미줄 없애려고
사다리 갖다 놓고 올랐다 거미줄 없애고
다시 창고에 갖다 놓으면 된단다."
그러자 꼬마는 눈이 땡 그래져서
"아니야 지우는 거야
우리 유치원 앞에 사다리가 지워졌단 말이야."
엉엉 우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도통 무슨 일인지 말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꼬마에게 물었습니다
"병도야 그게 무슨 말이니?"
그러자 꼬마는 얼른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파란 불이 켜지면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사다리
엄마는 바보야 칫!"
그제야 엄마는 알 것 같았습니다
꼬마의 말은 건널목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병도는 오늘 한 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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