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전화는 오늘도 영락없이 울어댑니다 더는 외면할 수가 없어 속삭입니다 "여보세요" 하고 말하고 나면 불현듯 조여오는 생각은 "여보, 세요" "당신 남편이 샙니다." 나는 오늘도 어느 아내에게 바람피우는 남의 남편을 고자질하고 있습니다 말하고 나면 나 스스로 너무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꼭 검사와 판사 같습니다 어느 남편의 외도를 기소하는 검사와 기소사실을 듣고 지정사실로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하는 말도 안 되는 이 사회의 어느 우스우광스러운 한 인사의 짙푸른 모습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여보세요" 한마디의 말로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거늘 살릴 사람을 죽이고 죽일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내 휴대전화는 이렇게 누구를 매일 고소하고 고소당하듯 많은 일이 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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