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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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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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선규 |
추천: 0건
조회: 3673 등록일: 2022-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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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이제 제법 여름이 되어가면서 성큼성큼 더위로 여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 태양 아래 키 작은 나들들이 즐비하게 서서 일광욕을 하고 벚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춤으로 사위어낸다. 문득 나무 그림자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태양 아래가 어둡다. 아무리 빛을 크게 발하는 태양이라도 키 작은 나무의 그림자를 밝히지는 못했다. 온 누리 다 밝히어 빛을 발하면서도 여기저기 알록달록 맺히는 그림자는 별도리 없이 그저 지나쳐가는 태양이었다. 많이 아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실망스러웠다. 그럴 때 촛불이 다가왔다. 아무리 작은 촛불이라도 태양이 지울 수 없는 태양이 다 드러낼 수 없는 저 나무 밑의 어둠을 비치고 드러내는 것은 촛불이었다. 시민들이 촛불을 켜들고 평화적으로 집회하는 모습이 눈에 선연하게 와닿았다. 결국, 시민이 촛불이었고 국민이 촛불이었다. 이 사회를 밝히고 이 나라를 지켜나가는 것은 국민의 시민이었다. 이미 촛불의 문화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비폭력 시위로서 빛의 한축을 감당하고 있다. 오늘도 국민은 자신의 몸을 촛불처럼 태우며 촛불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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